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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서구 2월호(242호)

  • 제목
    담배, 현재진행형 이별전쟁
  • 작성부서
    홍보팀
    작성일
    2017-01-31
    조회수
    281

 

담배, 현재진행형 이별전쟁

 

해마다 같은 다짐

해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두 가지쯤 각오를 한다. 지난해를 반성하며 달라지려 스스로 각오를 다진다. 거창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소하다. 우선 나쁜 버릇이나 습관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례행사처럼 자신을 시험대 위에 올린다.

위대한 세종대왕 덕분에 문맹을 벗어나 덩달아 위대해진 이 나라 백성들은 하나같이 똑똑하다. 환자가 의사보다, 학생이 선생보다 더 아는 게 많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손바닥 안에 있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모르는 것이 없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에 흥건히 젖은 사람들은 흙탕물 정보로 세상을 더럽히다 문득 가분수가 된 자신을 깨닫는다. 실천하지 않는 정보는 군짐일 뿐이다. 해서 새해를 맞을 때마다 뭔가 실천하고자 다짐한다. 그중에서도 흔한 게 다이어트와 금연이다. 게임중독, 쇼핑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도 그 못지않게 많다. 특이한 경우로 새해 각오를 화내지 않기로 정하는 이도 보았다.

기록만큼이나 깨지기 쉬운 게 다짐이다. 특히 금연이 어렵다는 건 모르는 이가 없다. 얼마나 힘들면 담배 끊는 독종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소리까지 있을까? 그럼에도 해마다 연초면 금연율이 상승한다. 얼마 못 가 슬금슬금 내려가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비록 그렇게 도로아미타불이 될지라도 잠시나마 금연을 유지한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기에 아니한 것보다는 낫다고 한다. 금연이 안 되면 휴연이라도 하자는 뜻일 게다. 그런데 금연보다는 단칼에 끊어버리는 단호함, 절연이 나을 것 같다. 그런 정신이어야 담배를 떼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담배에 대해 한발 더 들어가보기로 한다.

 

니코의 풀

프랑스 외교관이자 학자인 장 니코는 리스본에 대사로 주재할 당시 담배 종자를 얻어 대사관 정원에 심었다. 당시 담배 잎은 상처 치료에 효용이 있었다. 장 니코는 담배 종자를 프랑스 왕의 모후 카타린 왕비에게 헌상했고 왕비는 가루담배를 만들어 두통약으로 애용했다. 하여 프랑스에서 담배는 장 니코의 이름을 따서 니코티안’, 또는 니코의 풀로 불렸고, 왕비의 두통약으로 애용됐기에 왕비의 약초란 애칭으로도 통했다.

담배 속에 존재하는 니코틴은 아편과 같은 습관성 마약으로 분류된다. 니코틴의 효과는 의외로 빨라 담배를 피운 후 1분 이내에 그 절정에 달하는데 이러한 효과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혈중 니코틴 농도를 유지시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담배를 한 대 더 피워 무는 이유, 다시 말해 니코틴이 니코틴을 부르는 이유인 것이다.

본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중앙부 고원지이며, 1558년 스페인 왕 필립 2세가 원산지에서 종자를 가져와 관상용·약용으로 재배하면서부터 유럽에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618(광해군 10)에 일본을 거쳐 들어왔거나, 중국 북경을 내왕하던 상인들에 의하여 도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재래종의 품종명이 일본에서 도입된 것은 남초·왜초(倭草)였으며, 북경이나 예수교인에 의하여 도입된 것은 서초(西草)라고 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이렇게 전래된 담배는 1921년까지 300여 년 간은 자유 경작을 하다가 그 뒤 전매제도로 바뀌었다. 하여 우리나라 흡연 역사는 총 400년이 되었다.

 

담배에 관한 설화

술은 윗사람과 같이 마셔도 담배는 함께 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이다. 이에 관한 설화가 있다. 조정에서 어려운 국사를 논할 때 신하들이 자꾸 담배를 태우는데, 연기라는 것의 속성이 높은 곳으로 오르게 되어 있어 위에 앉은 임금님께로 향했던 것이다. 때문에 윗분 앞에서는 삼가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를 몹시 좋아한 어떤 기생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살아서 상대하지 못한 사람과는 죽어서 입이라도 맞추어 보기를 소원하였다. 그 기생의 넋이 화해서 무덤에 난 것이 담배였고, 그래서 입으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설화가 충남 공주에서 채록되기도 했다.

번갯불에 담뱃불 붙이겠다.’는 속담은 성미가 급하거나 동작이 재빠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며, ‘담배씨로 뒤웅박을 판다.’는 몹시 좀스럽거나 잔소리가 심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다양한 담방구타령중에서 귀야귀야 담방귀야/ 동래울산 담방귀야/ 너의국도 좋다드니/ 조선국을 왜유왔나/ 나의국도 좋다마는/ 너의국을 유람왔네.’로 시작되는 노래가 가장 대표적이며, 울산에서 채록된 것 중에 담바권지 불우전지/ 담바초에 불이붙어/ 금초라고 묵고나서/ 악초가 되었구나/ 악초금초 묵은죄로/ 불티걸이 사해주소.’라는 구절은 담배 피우는 것을 일종의 죄악으로 인식함을 볼 수 있다.

 

공공의 적

오나가나 서러운 애연가다. 나가나 들어오나 발붙일 곳 없는 애연가다. 길거리에서 담배 태우다 경범죄에 걸려 벌금을 내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면 아예 팔지 말 것이지 가게마다 버젓이 진열해 팔면서 못 피우게 하는 게 무슨 경우냐며 핏대를 올리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미 전 세계가 약속하고 벗겨먹는 애연가다. 억울하고 속 터지면 알아서 절연할 일이다. 독약을 바가지까지 쓰면서 사 먹는 어리석은 짓, 멈추면 그만이다.

안다. 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다. 날이 갈수록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게 오랫동안 인에 밴 담배밖에 없으니 놔지지가 않는다. 호구가 돼서 눈 뜨고 당한다. 온갖 구박 다 받는 천덕꾸러기가 돼도 그걸 놓지 못한다. 때로는 미개인취급을 당해도 속수무책이다.

작년에 담뱃값이 곱절로 치솟으면서 담배가 부의 상징이라는 비아냥 세례까지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담배 한 갑에 10,000원이라는 아일랜드에서는 담배가 아주 호사스런 기호품이 되었다고 한다.

흡연자는 호구다. 그 비싼 담뱃값을 내고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구석을 찾아든다. 지구촌 전체의 공공의 적이 된 흡연자에겐 점차 숨어들 구석도 줄어들고 있다. 머지않아 지구를 떠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연클리닉

작년엔 담뱃값의 파격적 인상이 화제가 되더니 금년 연초엔 담뱃갑 경고그림이 화제에 올랐다. 흡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위험에 대한 이미지를 담뱃갑 앞뒷면에 모두 부착한다는 얘기였다.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등의 경고그림이 징그럽고 끔찍하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100여 개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효과적인 금연정책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서 다시 드는 의문은 번거롭게 왜 이런 정책을 펼치는가다. 전 세계가 연합하여 담배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면 간단할 텐데 말이다.

이래저래 궁금한 게 많아 서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잠깐! 아직도 망설이십니까?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서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란 글귀가 2층 금연클리닉 입구에서 손을 잡아당겼다. 상담실 안을 들여다보니 총 4명의 상담원과 상담자가 모니터를 함께 보며 진지하게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이라며 상담원과 상담자가 함께 복식호흡을 하기도 했다.

, 코로 5초간 숨을 들이마십니다. 배가 뽈록 나오게 들이마시고 2초간 쉽니다. 이제 입을 벌리고 푸우 소리를 내면서 5초간 뱉습니다. 배가 쏙 들어가게 모조리 뱉어 냅니다.”

상담원과 상담자가 마주 보고 함께 복식호흡 하는 장면이 우스우면서도 정다워 보였다.

한 상담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이곳에선 어른뿐 아니라 청소년 상담도 많이 한다고 했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죄책감에 시달리고 흡연으로 인한 미래의 건강에 대해 몹시 불안해하므로 주변의 지속적인 관리와 따뜻한 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팔순 넘은 할아버지가 천식 때문에 금연에 돌입해 성공한 사례,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려 가출한 여중생 딸을 집에 데려와 부모가 직접 담배를 사주며 달래다가 금연클리닉에 데려와 금연에 성공한 사례 등을 들려주기도 했다. 흡연 욕구 시 대처 방법, 재 흡연 방지를 위한 십계명, 금연 스트레스 이기는 방법, 흡연의 핑계 또는 합리화와 대응하는 법, 금연을 위한 지압법 등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담배를 끊는 즉시 우리 몸은 반응한다. 20분 만에 혈압, 맥박, 손과 발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8시간이면 혈중 일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지고 혈중산소량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온다. 24시간이면 심장마비의 위험이 감소한다. 48시간이면 말초신경, 후각, 미각신경이 회복된다. 3주가 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기능이 30% 이상 증가한다. 1년이면 기관지 섬모 기능이 회복되어 코 막힘, 기침 등의 증상이 완화된다.

이렇게 유익한 금연이지만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금연클리닉이 필요한 것이다. 뭐든 혼자서는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다. 누군가 알아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견디기 수월하다. 금연클리닉에서는 친절하고 따뜻한 상담과 더불어 금연패치, 금연껌, 금연캔디, 은단 등을 지급해 금단현상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금연클리닉은 행정구역 제한이 없는 서비스로 가까운 곳 어디든 찾아가면 된다. 금연은 나라에서 도와준다. 혼자서 낑낑댈 게 아니라 나라를 사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애국이지 싶다.

 

마다가스카르와 바꾼 담배

재흡연 방지를 위한 십계명에 보면 매달 스스로에게 금연에 대한 상을 주세요.’라고 씌어 있다. 이야말로 훌륭한 방법이다. 다소 유치한 감이 있지만 애고 어른이고 보상이란 매력은 피해가기 어렵다. 보상이 크면 클수록 매력은 배가된다. 필자가 아는 어느 작가는 금년 들어 금연에 돌입하면서 스스로에게 커다란 보상을 내걸었다. 2년 후 마다가스카르 여행이 그것이다. 금연으로 절약한 담뱃값을 모조리 저금해 그 돈으로 세계 유일의 바오밥나무 군락지가 있는 마다가스카르 섬에 간다는 거였다. 그 작가와 뜻을 같이해 함께 여행하겠다는 이도 꽤 모였다. 금연을 응원하는 마음이 모인 거였다.

금연하고 보름이 지날 즈음 그 작가에게 뭐가 달라졌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숨이 안 차 좋네. 지하철 계단 오를 때 숨이 가빠 중간에 쉬다 올라왔는데 단숨에 올라오니 신기해 죽겠어. 담배 끊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달라지는가 말야. , 그리고 새벽기침이 없어졌어.”

그가 담배 피우던 시절엔 새벽이면 기침이 쏟아져 잠을 설쳤다고 한다. 오랜 흡연으로 기관지가 좀 망가졌나보다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거였다. 낮 동안 끊임없이 공급되던 니코틴이 잠과 함께 공급중단 되면서 늘 부족하던 산소가 새벽녘이면 정상으로 돌아오고, 갑자기 많아진 산소량을 감당 못해 터트리는 기침이라는 거였다. 산소 때문에 사는 인간이 산소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는 난센스가 금연 사흘 만에 깨끗이 해결돼, 새벽 꿀잠에 빠지는 잠꾸러기가 되었다며 희희낙락했다.

그래도 아직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안절부절못해.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안 돼 도무지 글이 안 써져서 고민이야.”

왜 아니 그럴까? 금연은 죽을 때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는 이별전쟁이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연인은 평생 그리운 법. 작별을 유지하려면 또 다른 연인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꿈을 꾸어야 한다, 마다가스카르 같은 아주 구체적인 꿈을.

금연을 유지하거나 꿈꾸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저마다의 마다가스카르가 들어앉아 중심을 잡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소설가 김진초/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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